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 정밀 분석

작성자 : 관리자

2019-03-27

윌리엄 쿠에바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무려 니퍼트를 대신하여 영입한 외인투수다. 19세의 나이에 벌써 안정된 제구와 능숙한 경기 운영을 할 줄 알았고, 이를 눈여겨 본 보스턴 레드삭스의 국제 스카우트가 쿠에바스를 영입하며 미국 땅을 밟게 되었다. 영입 당시 받았던 기대에 비해 성장 속도는 더뎠는데, 특히 구속이 오르지 않아 24살이 될때까지 싱글A에 머물러야 했다.

2015시즌 구속이 서서히 성장하며 더블A와 트리플A까지 승급하게 되고 2016시즌 마침내 마의 150km/h의 벽을 넘으면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데뷔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지지부진한 끝에 결국 아시아로 눈을 돌려 kt 위즈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정통파보다 팔각도가 낮은 쓰리쿼터로 포심패스트볼과 커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두루 구사하는 포피치 투수다. 속구 구사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변화구를 많이 구사하는 편인데, 2018시즌의 경우 속구 구사율이 단 29%로 채 30%도 되지 않았다. 평균 146km/h에서 최고 150km/h의 패스트볼을 던지는데 새로운 외인들이 대부분 150km/h를 쉽게 던지는 강속구 유형의 투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구속은 비교적 빠르지 않은 편이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현란한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은 뒤 우타자는 빠른 공으로, 좌타자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타입이다.

투구 폼이 깨끗하다. 상체도 군더더기 없지만 디딤발과 내딛는 발 모두 한쪽으로 쏠리는 일 없이 올곧이 정면을 바라본다. 이런 폼을 가진 투수는 제구 문제를 가지고 있기 힘들다. 실제로 트리플 A 통산 9이닝 당 볼넷은 단 3.1개에 불과했다. 제구 머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안정적인 제구력을 자랑하는 투수라는 이야기다.

극단적인 뜬공 유형의 투수다. 지난 시즌 트리플 A에서 땅볼/뜬공은 무려 0.67이었다. kt 위즈는 내야 수비보다 외야 수비에 훨씬 더 강점이 있는 팀이다. kt는 이미 2017시즌 최고의 땅볼 투수 돈 로치를 영입하였지만 끔찍한 내야 수비로 인해 '잘못된 만남이란 무엇인가'의 선례를 보여준 바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뜬공 투수라는 점은 kt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메이저에서 실패한 원인은 자명해 보인다. 공이 너무 느리다. 메이저리그의 통과 의례라고 할 수 있는 150km/h를 거의 던지지 못하는 투수다. 좌우완을 통틀어서 평균 구속이 148km/h에 이르는 메이저리그에서 146km/h 남짓의 빠른 공으로 승부하기는 너무 무모한 짓이었을 것이다. 본인도 이를 알고 변화구 구사율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던 것은 없었다. 속구를 대신할 수 있을만큼 변화구가 압도적이지도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KBO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KBO의 평균 구속은 141km/h에 머문다. 쿠에바스의 패스트볼은 충분히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거기에 표본은 적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구위도 매우 좋았다. 투수의 구위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는 헛스윙률을 보면 알 수 있다. 포심패스트볼의 헛스윙률이 11%, 체인지업이 14%였다. 셋업피치인 슬라이더의 헛스윙률은 무려 20%에 달했다. KBO를 지배했던 데이비드 허프의 결정구 체인지업의 헛스윙율이 14%였고 헥터의 결정구가 20%였다.

쿠에바스 역시 KBO에서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긍정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다. kt가 니퍼트를 대신하여 쿠에바스를 영입한 이유는 분명해보인다. kt의 가장 큰 약점은 마운드다. 타격도 약하지만 마운드의 경쟁력이 워낙 떨어져 순위 싸움에서 늘 뒤쳐지곤 했다. kt에게 필요한 외인 투수는 건강하여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젊은 투수다.

그런 맥락에서 쿠에바스는 니퍼트의 이상적인 대체자라고 할 수 있다. 쿠에바스는 트리플 A에서도 경기 당 평균 이닝이 6에 가까울 정도로 이닝 소화력이 좋았고, 매년 풀타임으로 선발 역할을 수행하면서 150이닝 이상을 소화해왔다. 2016시즌에는 191.2이닝을 소화한 바도 있으며, 그 와중에 큰 부상을 당한 경력도 전혀 없었다. 머슴처럼 튼튼하고 소처럼 이닝을 잘 소화하는, 그야말로 kt가 가장 원하는 유형의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적절한 강속구와 좋은 제구력, 강철같은 체력과 빼어난 결정구. 일단 어디 하나 빠질 것은 없는 외인이다. 부상이나 적응 문제가 없다면 좋은 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단 하나다. 바로 전임자 니퍼트가 너무나 위대한 투수였다는 점이다. 비록 약한 팀의 전력으로 인해 승수는 8승에 그쳤지만 니퍼트가 kt에 수놓았던 마지막 불꽃은 화려했고 또 감동적이었다. 쿠에바스는 그런 니퍼트를 넘어서는 투구를 보여야 한다.

쿠에바스는 과연 니퍼트의 황혼의 투혼을 뛰어넘어 최초로 성공한 kt 프랜차이즈 외인투수로 남을 수 있을까. 올 시즌을 수놓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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