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호세 페르난데스 정밀 분석

작성자 : 관리자

2019-03-24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지난 시즌 외인 타자 부문에서 영 재미를 보지 못했던 두산 베어스가 야심차게 영입한 우투좌타 내야수. 2014년까지 쿠바리그에서 뛰었는데, '쿠바산 출루의 신'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선구안과 컨택 능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했다. 26세였던 2013 – 2014시즌의 성적이 특히 흥미롭다. 타율이 0.326에 그친 반면 출루율은 무려 0.482로 5할에 가까운 출루율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그의 엄청난 선구안에서 기인한 것으로 무려 62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동안 단 10개의 삼진에 그쳤다. 홈런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독보적인 선구안으로 엄청난 양의 볼넷을 골라내고 원할 때는 언제든지 장타를 노릴 수 있는 괴물같은 타자였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선정한 쿠바 유망주 3위에 선정될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고, 2013년 WBC에도 쿠바 국가대표로 출전하여 5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맹활약했다.

그리고 2015년. 마침내 쿠바에서 탈출, 미국 망명을 신청하며 기회의 땅으로 이주하게 된다. 망명 절차를 밟는 문제로 2년간의 공백기가 있었고, 이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는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2017시즌 더블A에서 적응기를 거쳐 2018시즌 비로소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쿠바 산 출루의 신'다운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빅리그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단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선수 스스로도 탈출구를 모색하다가 접촉해온 두산 베어스와 계약했다.

2018시즌 그가 트리플A에서 기록한 타격 스탯은 0.333의 타율과 0.396의 출루율, 0.931에 이르는 OPS였는데 몇가지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먼저 홈런이 그렇다. 특별히 홈런 욕심을 내지 않았던 쿠바리그에서의 모습과 달리 미국에서는 빅리그 진출을 위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로 인해 단 91경기에 출장하면서도 17개의 홈런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풀타임을 치렀다면 25홈런은 족히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독보적이었던 선구안은 여전하여 34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33개의 볼넷을 지켜봤다.

또 좌투수를 상대했을 때 타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장타가 크게 줄었다. 실제로 2018년 기록한 19개의 홈런 중 18개가 우투수, 단 1개만이 좌투수를 상대로 뽑아낸 홈런이었다.

이 기록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트리플A에서 풀타임을 뛰며 26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한화 이글스의 제라드 호잉은 KBO에서 30홈런을 날리며 맹활약했다. 리그에서 2번째로 넓다는 이글스파크를 홈으로 쓰며 낸 기록이었다. 페르난데스 역시 충분히 한국프로야구에서 30홈런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다만 홈이 잠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홈런 개수 자체는 다소 줄어들어 20 ~ 25홈런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선구안 역시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더욱 큰 위력을 펼칠 것이다. 한화의 호잉은 본래 트리플A에서 40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동안 140개의 삼진을 당하는 극악의 삼진머신이었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선구 문제가 가시화된 적은 없었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 투수들의 공이 트리플A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트리플A에서도 4할 가까운 출루율을 기록했던 페르난데스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그야말로 출루머신과 같은 활약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종합하면, 페르난데스는 실패하기가 더 어려운 외인이다. 빼어난 컨택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상당한 장타력과 리그 최고 수준의 선구안을 갖추고 있다. 한국 생활 적응에 문제가 없다면 일본에서 돌아온 직후 절정의 기량을 보였던 김태균 수준의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엄청난 선구안을 지닌 페르난데스를 3번타자로 두고 공격적인 성향의 김재환을 4번타자로 둔다면 상대 투수들은 맥을 못추게 될 것이다.

변수는 김태형 감독과의 궁합이다. 김태형 감독은 상상 외로 까다로운 타입의 감독이다. 잠시 기회를 주었다가 자신의 성미에 차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고 2군에 박아버린다. 지난 시즌 반 슬라이크가 뛰어난 커리어와 기량에도 불구, 김태형 감독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반 슬라이크 뿐만 아니다. 상당수의 대형 유망주들이 김태형 감독과의 스타일 차이로 중용되지 못하고 나이만 먹어가는 일이 적지 않았다.

페르난데스 역시 초반부터 맹활약을 펼치지 못한다면 생각 외로 이른 방출을 당하게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초장부터 페이스를 올리지 못한다면, 김태형 감독은 페르난데스를 마음에 두지 않을 것이다. 그를 대신할만한 타자가 두산에 너무나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연 페르난데스는 모든 변수를 극복하고 '쿠바 산 출루의 신'다운 맹활약을 보일 수 있을까. 2019시즌이 더욱 흥미롭게 여겨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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