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 샘슨, 헤일 포기 - 그 진정한 이유

작성자 : 관리자

2019-03-24

2018시즌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던 세간의 예상을 깨고 11년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한화 이글스. 그들의 약진에는 외인 투수 듀오의 성공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 13승과 195탈삼진으로 이글스 외인사의 새 역사를 쓴 샘슨과 대체외인으로 KBO에 입성, 현역 메이저리거의 클래스를 보여주었던 헤일. 명실상부 이글스 역사상 최고의 외인 듀오였던 두 선수지만 한화는 두 선수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20승은 족히 보장되어있다고 할 수 있었던 원투펀치의 손을 놓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으며, 과연 그들의 판단은 옳았다고 볼 수 있을까.

키버스 샘슨

사실 시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기대 받지 못했던 외인 투수였다. 평균 150km/h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하는 찍어 누르는 피칭의 위력 자체는 강력하나 제구가 늘쌍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입 당시만 하더라도 당장 눈앞의 성적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육성형 외인'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던 바 있다. 실제로 시즌 초반 우려했던대로 볼넷을 남발하며 3월달에는 12.46이라는 참혹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코치진의 지속적인 멘탈 집중 관리를 통하여 한국 마운드에 차차 적응하였고, 이후에는 각성하여 탈삼진머신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13승을 수확, 195탈삼진이라는 화려한 기록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샘슨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만 20승을 기록하며 동료와 팬들에게 '샘슨이 등판하면 이긴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안정감과 믿음. 이글스 팬들이 2012시즌 류현진을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잊어왔던 그 기억이 2018시즌 샘슨을 통해 되살아난 것이다.

그렇다. 분명 샘슨은 류현진 이후 한화 이글스 최고의 에이스였다. 그럼에도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했다. 그 이유들은 의외로 분명했고, 또 단순했다. 2018시즌 샘슨은 그야말로 '인생투'를 던졌다.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제구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본 것도 처음이었고, 선발로 풀타임을 뛰며 150이닝을 넘겨본 것도 처음이었다. 샘슨의 투구를 지켜본 MLB 스카우트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샘슨의 2018시즌 활약상은 놀라우나 이와 같은 활약을 재현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가진 기량을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샘슨은 삼진과 볼넷이 두루 많은 유형의 투수다. 삼진과 볼넷이 많다는 것은 투구 수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도 된다. 투구 수가 늘어나면 이닝 소화력이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샘슨의 선발 등판 시 평균 이닝은 5.49에 그쳤다. 2018시즌 크게 부진했던 헥터도 평균 6이닝을 소화해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샘슨의 기록은 한 팀의 에이스로서는 매우 실망스런 수치였다.

선발이 일찍 내려오면 그만큼 불펜이 고생하게 된다. 게다가 한화는 토종 선발진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팀이라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에이스가 최대한 이닝을 많이 소화하여 불펜의 휴식을 이끌어줘야 하는데, 샘슨은 오히려 불펜의 소모도를 높이는 유형이니 한화와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샘슨의 팔 상태였다. 한용덕 감독은 에이스에게 많은 짐을 부과하는 유형의 지도자다. 그가 두산에서 투수를 전담하던 시절 장원준의 경기 당 투구 수는 107구를 넘겼다. 보통 현대야구에서 '한계 투구수'를 100구로 정해놓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과감하고 위험한 선택이다.

2018시즌 샘슨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용덕 감독의 에이스로서 경기 당 투구수가 103구를 넘기는 투혼을 펼쳤고 그 결과 샘슨은 시즌 막판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이후 부상에서 돌아와 다시 공을 던졌지만 9월 6.75, 10월 7.71로 크게 부진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부진이 계속되었음은 물론이다. 정황 상 샘슨은 부상을 안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작년만큼의 퍼포먼스를 기대하기 어렵고, 불펜의 소모를 불러일으키며 큰 부상의 위험을 안고 있는 외인 투수. 한화로서 당연히 재계약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데이비드 헤일

헤일은 탈삼진왕에 빛나는 샘슨 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역시 좋은 투수다. 아마 이글스 역사를 통틀어도 그만한 외인투수는 손꼽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문제는 한화가 헤일에게 기대했던 역할이 '좋은 투수' 정도가 아니라는 부분에 있다. 헤일은 한화가 리빌딩에서 우승 도전으로 스탠스를 전환하며 야심차게 영입한 현역 메이저리거였다.

실제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투수였지만, 실제 퍼포먼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바로 헤일이 전형적인 '새가슴 투수'였다는 점이다. 주자가 없을 때 헤일의 피안타율은 0.215, 피OPS는 0.575에 머물렀다. 이 정도면 충분히 리그 최상급 에이스다운 성적이다. 문제는 주자가 쌓였을 때 벌어졌다. 주자가 한명이라도 생기면 공이 몰리며 난타를 당했고 0.367의 피안타율에 0.998의 피OPS로 리그 최악의 투수나 낼법한 성적을 내며 우르르 무너졌다.

상황이 극적이면 극적일수록 헤일은 더 작아졌다. LEV가 1.6이 넘는, 경기의 키포인트가 되는 상황이 되면 헤일의 피OPS는 1.273에 달했다. 가장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절대 믿어선 안 되는 투수였다는 의미다. 헤일의 몸값은 비싸다. 현역 메이저리거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100만 달러는 족히 넘긴다. 초고액연봉을 받는 새가슴 용병. 한화가 손사래를 친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한화의 선택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해서 항상 옳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만일 서폴드와 채드 벨이 부진할 경우 이글스 팬들은 샘슨과 헤일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한화의 과감한 결단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서폴드와 채드 벨, 두 젊은 투수의 어깨에 이글스의 명운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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